온통 가족의 관심사는 아픈 할머니뿐이다. 승훈은 수영 대회를 앞두고 있다.

아픈 환자가 있는 집 안은 대화가 사라진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도 그랬다. 그럼에도 나는 관심 받고 싶었고, 아팠던 할머니를 더러워 했다. 그러던 한 밤. 할머니가 실려 가던 날. 나는 뭐가 무서워 인지 잠들지 못했다. 가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부재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가족이 여전히 존재함에 대한 감정. 그 경험을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모여 있지만 식구들의 일상엔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다. 영화 다섯식구는 어느 다른 영화들처럼 인위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거나 대사를 만들어내기보다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화면을 채운다. 한시도 쉬지 않는 가족들은 조용히 각자의 일을 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언뜻 기계처럼 냉정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누구도 이 가족의 모습에 의심을 갖진 않을 것이다. 이름조차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가족들은 내 주변 이웃, 혹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매우 닮아있다. 이들은 일상을 살고 있을 수도, 가족의 부재를 견디기 위한 버티기를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듬어주는 것은 떨어진 모자를 주워 올리는 할머니의 손길 같은 것은 아닐지. 병원을 다녀간 할머니의 소식이 또 하나 붙어있다. 가족의 시간은 그렇게 오늘도 흐른다. 

​- 예심위원 임경희

2020 제21회 대구 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경쟁작 선정

각본/감독/편집  박찬우

PD  남가원

촬영감독  박재현

동시녹음  전상진

출연  송광자 박정곤 김태선 김수지 신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