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연 할머니는 어린 시절 한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나는 할머니를 따라 노인 한글학교로 갔고 그곳엔 여학생만 있었다. 문자로 기록하지 못하고 기억으로 감당해 온 여성들의 시간. 그 시간은 어디에 있을까.

홍콩에 갔다가, 광동어로 적힌 메뉴판을 읽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문득 문자로 읽고 쓰지 못하는 할머니가 생각났다. 여성의 역사는 언제나 있어왔다. 기록되지 못했거나, 발견되지 못했을 뿐이다.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를 카메라로 기록하며 손녀인 감독은 그녀가 다니는 한글학교에 따라간다. 그곳에서 같이 수학하는 친구들은 모두 할머니와 동년배의 여성들이다. 그녀들의 지나간 삶 속에서 글을 모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영화는 그런 고통과 슬픔을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들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기록의 방법을 발견한다. 우정과 연대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신체에 새긴 맹세의 흔적은 어느새 희미해져버린 과거를 통과하며 그녀들의 삶에 온전히 녹아들었다. 저마다 소중하고 반짝이는 개인의 역사를 하나씩 조망하던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 공통의 언어와 조우하기에 이른다. 저릿하고, 뭉클하다.  

​-예심위원 임오정

2019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쟁 작품상, 관객상

2019 제10회 광주여성영화제 초청

2019 제2회 김포청소년영화제 우수상

2019 제21회 대전독립영화제 관객상

2019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단편상

2020 제20회 인디다큐페스티발 국내신작전

2020 제2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단편경쟁

2020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한국단편경쟁

2020 제16회 인천여성영화제 초청

2020 제24회 인디포럼

2020 제21회 제주여성영화제 요망진단편경선 

프로듀서  배꽃나래

연출  배꽃나래

촬영  배꽃나래

녹음  배꽃나래

믹싱  표용수

편집  배꽃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