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영주가 쓴 소설 <나의 어머니>의 모티브인 선희는 어느 날 옛 친구 미연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5년 만에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다.

인간관계가 화분을 키우는 일과 같다는 비유가 있다. 과하지 않게 적당한 양의 애정과 물을 줄 때 화분이 더 잘 자라는 것처럼,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화분 키우는 일만큼 쉬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엔 말로 하지 못하는 사정들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떨어져있는 시간동안 공유하지 못한 사건들은 지나가는 일상 중에 하나가 되어 말하기 저어된다. 영화 화분은 오랜만에 연락 온 미연과 만난 선희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근황을 주고받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말과 말 사이의 공백과 웃음과 웃음 사이 풀지 못한 말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깊은 여운을 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삼킨 말들은 다시 상처받기 싫은 스스로를 위한 배려가 아닐지. 

-예심위원 임경희

2019 제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뉴필름메이커 KAFA상

2020 제18회 피렌체한국영화제

연출/각본 이지우

프로듀서 박상은

조연출 김재경

촬영 김혜수

조명 서효주

동시녹음 김지원 정재용 박형남

편집 박상은

믹싱 김지원

D.I 김혜수

출연 신혜경 양말복 박수빈